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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푸른 점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 봤을 모든 사람들,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들,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 지도자들,

인간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이다.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려고 했던

역사 속의 수많은 정복자들이 보여준 피의 역사를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의 한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이, 거의 구분할 수 없는 다른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잔혹함을 생각해 보라. 서로를 얼마나 자주 오해했는지,

서로를 죽이려고 얼마나 애를 써왔는지, 그 증오는 얼마나 깊었는지 모두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을 본다면 우리가 우주의 선택된 곳에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암흑 속 외로운 얼룩일 뿐이다.

이 광활한 어둠 속의 다른 어딘 가에 우리를 구해줄 무언가가 과연 있을까.

사진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까? 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우리의 오만함을

쉽게 보여주는 것이 존재할까? 이 창백한 푸른 점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창백한 푸른 점 - 칼 세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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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19일



'왜 알려줘도 자꾸 잊어버리는 거야. 넌 알려줘도 알려준 보람이 없어.'

'미안해. 나도 모르게 자꾸 잊어버리게 되네….'


발자국을 남기고 지우고. 다시 또 남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바다와 모래사장처럼 내 머리도 그러했다. 친구는 발자국이고, 내 마음은 발자국을 지우는 파도다. 철썩철썩 자꾸 파도를 치게 만드는 바람이 참 무심하기만 하다.

친구에게 내 마음도 드디어 설레이는 때가 온 것 같다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말을 하기 위해 술 세 병을 내리 마시고 '겨우' 입을 연지 462일째. 휴대폰 메뉴의 끄트머리에 디데이 어플을 깔아 놓았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가는지를 난 인식할 수 있다. 디데이의 시작 날짜는 길고 긴 고백을 했던 그 날이다. 

그날의 시간들은 50일이 100일로, 100일은 1년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1년하고도 97일이 지났고, 이제 3일만 더 지나면 1년하고도 100일을 맞을 것이다. 마침 '띵동'하는 소리와 함께 디데이 알람이 울린다. 그렇게 오늘은 어제가 되었고, 462일은 463일이 되었다.

그 '바람'같은 사람은 매일 '발자국'을 남기는 친구가 소개해준 사람이다. 재밌는 거 함께 해보자며 만났다. 알게 된 지 2년하고도 반이 지난 지금. '바람'은 함께 날아다닐 수 있는 '민들레 씨앗'을 갈망하지만, 묵묵히 찬바람만을 내뿜는다. 주변의 구름들에게 물어보니 원래 유난히도 찬 바람이란다. 내가 그 기류를 함께 탈 수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난 소리 없이 바람의 흐름을 따라다니고 싶어하는 파도일 뿐이고, 바람은 항상 해왔던 일만을 묵묵히 하고 있다.

그 묵묵한 바람과 최근에 카톡을 했다. 구름들 중 하나에 대한 이야기였다. 바람은 그 구름과는 친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바람의 '그 구름은 어떤 구름이냐'는 질문에 난 '정말 하얗고 하얀 흰 종이같이 투명한 구름'이라고 했다. 내 말의 의도를 이해한 것인지 바람은 웃으면서 더 거센 바람으로 답변에 화답했다. '자신은 어떻냐'며 바람이 반문을 해주기를 원했지만 바람은 곧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버렸다. 만약에 바람이 '나는 어때?'하며 물었다면, 난 이렇게 답했을 거다. '종이는 종이인데, 파란 종이에요. 파란색에서도 좀 짙은 색. 군청색? 짙은 남색? 네이비라고 이야기 해야 할까요? 그 빠져버릴 듯 파랗고 파란 종이에 하얗고 노란 별들을 수놓아보았으면 좋겠어요.' 오늘따라 파도가 짙다. 짙은 파도에 하얀 거품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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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호 후일담

오랜만에 버스를 탔다.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지역으로 이사를 간 이후 처음 타보는 좌석버스였다. 전철역에서 빠져나와 길고 긴 행렬에 서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버스의 왕복 거리가 멀면 멀수록 버스의 배차시간은 길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추운 겨울이 되면 어떤 방법으로 따뜻하게 버스를 기다리느냐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예를 들면, 버스를 기다리는 길고 긴 줄에 합류하기 전 버스정류장 앞 카페에 들러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두 손에 감싸고 나오는 식이다. 연기가 폴폴나는 뜨거운 커피를 두 손에 쥐면, 컵과 맞닿아 있는 손의 안쪽 부분만 따뜻하기때문에 손을 왔다갔다 부침개를 뒤집듯이 계속 뒤집어 주어야 한다. 어느새 그럴 행동을 할 날씨가 올 것이라는 바람이 옷깃의 안으로 쉼없이 파고든다.

기다리던 버스를 탔다. 버스의 안에서 내일 아침에는 날씨가 급 추워질 것이라며 따뜻하게 옷을 입으라는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마침 카톡을 함께하던 상대방에게 내일 아침이 많이 춥다니 따뜻하게 입고 나가라는 안부의 말을 했다. 그리고 답장을 보지 못한 채 종점인 수원역까지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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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

"누가 물으면 내 한 가지 소망은 평범한 회사원이 되어 다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라고 대답을 하기도 했으나 그 말은 항상 끝이 공허했고, 그래서 난 뒤늦게 내 진짜 생이 나와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 '다른 곳'에서 나는 내가 말한 것들을 전부 번복하며 꿈의 형태로 존재했다." 


연애소설, 기준영,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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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네긴

몸짓은 오네긴이 타티아나에게 처음 느낀 감정처럼 가뿐했고, 손끝은 15년 후에도 마주치게 되어버린 그들의 인연처럼 얽히고 얽혔다. 과거의 사건들을 후회하며 온몸으로 무게를 짊어가는 오네긴과 복잡한 마음을 끌어안은 타티아나의 파드되. 미련의 마음만큼 끈적한 스텝과 터질 듯이 세련되고 현대적인 크랑코의 안무. 오네긴의 안무는 그들의 이야기 그대로였다. 지금까지 두 눈으로 본 공연 중 최고의 공연. 1막은 좀 아쉬웠고, 3막이 정말 환상처럼. 좋았다.

복잡하고 복잡한. 사랑이 어느 누구의 말처럼 인생의 장난이라면. 만일 나라면 미운 마음마저 애정이 되어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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