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ject

내손동 68-1의 노트(의왕시)

잠이 안오는 새벽이면 이불 위에 쪼그려앉아 좋아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썼었다. 말이 편지지 봉투안에 담긴 일기라고 불러야 어울릴 그런 편지. 오늘은 어땠던 하루였고, 이런 저런 일이 있을 때 널 생각했었는데 다음에 만나면 뭘하자 등등의 길고 긴 글과 그림들을 그렸다. 그러고나서 두툼한 종이로 직접 만든 봉투의 끄트머리에 풀 한 번만 톡! 찍어 봉투의 입구를 붙이고 책 사이에 빳빳하게 끼워 넣었다. 편지쓰고 싶은 새벽. 받는 사람의 이름을 쓰지않은 편지는 주고싶어도 줄 자신이 없다. 마음이 덜덜 떨려온다.


2012.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