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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질 수 없는 소유감

수집의 욕구와 소유의 욕구. 앨범 아트를 보며 음악을 상상하고 가사가 쓰여 있는 북클릿을 한장한장 넘기며 음악을 듣는 재미는 디지털 음원에 비할 것이 못 되고, 손글씨를 보며 상대방을 그려보고 편지지를 통해 편지 발신인의 센스를 느껴보는 재미는 메일에 비할 것이 못 된다. 소유감을 충족하게 해주는 수집의 욕구로 인해 씨디를 모으고 손편지를 즐기는 흔히 말하는 ‘아날로그’의 감수성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시간이 흘러도 계속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가끔은 만질 수도 없고 보이기만 하는 컴퓨터 속의 중요한 파일들이 휘리릭 날아감으로 생기는 분노감에 오묘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수집은 되지만 ‘만질 수 없는 소유감’을 들게 하는 것들의 존재에 대해서.

옛 기억들은 마치 날아가버린 컴퓨터의 파일들이 되었다. 복구는 불가능한데 흔적은 남아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복원을 하기에는 더욱 힘들기에, 옛 기억들은 그냥 이렇게 잊혀지고 마나 보다 했다. 머리의 기억으로만 이루어진 형태가 없는 그 사람은 그렇게 ‘만질 수 없는 소유감’을 들게 하는 것이 되나 했는데. 함께한 기억은 죄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버려버렸기에 이제는 흔적을 찾을 수 없으려나 했는데. 옛 메일에서 ‘만질 수 없는 소유감’의 일부분을 발견했다. 남아있는 수신자와 발신자. 그리고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는데 아직도 열리는 첨부파일의 이미지들을 보며 기억의 일부분을 우연히 살려내었다. 남아있는 손편지는 이미 다 조각내어 버렸기에, 상대방을 그리며 추억하는 재미를 메일에서나 보며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들을 저장하고 나면 ‘만질 수 있는 소유감’이 될 수 있을까… 만질 수 없기에 아름다운 사람에게. 잘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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