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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1.02
subject

연애소설

"누가 물으면 내 한 가지 소망은 평범한 회사원이 되어 다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라고 대답을 하기도 했으나 그 말은 항상 끝이 공허했고, 그래서 난 뒤늦게 내 진짜 생이 나와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 '다른 곳'에서 나는 내가 말한 것들을 전부 번복하며 꿈의 형태로 존재했다." 


연애소설, 기준영,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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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인간

바깥을 걸으며 피부와 마주하는 따뜻한 햇살, 늘 바쁘고 분주한 도시의 거리, 우수수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나무와 바람의 흔들림, '밥 좀 잘 챙겨서 먹으라는' 엄마의 애정어린 잔소리까지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다 변해가는 것들 중 익숙해서 당연한, 늘 곁을 맴도는, 잊을 만큼 당연한 내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이 익숙함 속에서 특별함을 맞이하는 순간을 나열해본다. 익숙함이 특별함으로 변해갈 때. 함께 사소한 순간들을 말을 하며 공감할 때. 그 속에서 새로운 이야깃거리들을 발견할 때. 나는 이 마음을 너도 느낄 수 있을까 하여 사소한 끄적임을 했다. 끄적임들이 쌓였을 때 다시 읽으며 느끼는 감정의 교차. 그리고 그때만큼 달아오르지 못하는 덤덤한 내 마음 마주하기.


난 그래서 보통의 존재가 좋았다. 화려하고 아름답기만, 보기 좋기만 한 것이 아닌. 늘 보기에 은은하여, 사소하고 정답고, 그 사소함을 함께 고민할 수 있기에 좋은 것들의 기록. 기록은 쌓이고 쌓여 단단하고 곧았던 마음들이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수그러든다며 묵묵히 이야기한다. 세월의 바람을 맞으며 깎여가는 것들은 누구도 손을 댈 수 없었던 나의 자존심이다. 젊을 적 부정했던 것들을 어쩔 수 없는 섭리로 받아들이는, 사춘기를 졸업하는 어른이 되어간다. 서서히.


이러한 이야기들이 담긴 일기가 산문집으로 묶여져 나온다고 했을때,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를 다시 들어보았다. 음악과는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너무도 음악과 잘 어울리는 책의 노란 표지. '난 사랑을 믿을 수가 없'다며 '절망엔 언젠가 끝이 있다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다'던  얼음같은 마음은 '흐르는 물처럼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댈 비로소 조금은 알게 되'었고, 그 덕분에 나의 사랑들은 '내가 손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함부로 부정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의 사랑은 '100년 동안의 진심'이었고, '오월의 향기가 아닌 시월의 그리움'이었다. '정말 사랑했던 사람하고는 영원히 못 헤어져. 누굴 만나든 무덤 위에 또 무덤을 쌓는 것뿐이지.'라며 첫 페이지가 장식된 파란 표지의 이석원의 첫 장편소설을 마주하고. 사소한 마음을 재설정한다. 마음은 어디까지 성장했을까.

엄마, 사라지지마

오랜만에 깊은 향이나는 글과 사진을 보았다. 단어의 선택에서 조차 나이가 묻어나오는 이 책은 67세 할머니의 91세 노모에대한 기록.

엄마가 마치 져가는 햇빛같아서. 엄마, 사라지지마. 

곡선과 곡선의 사이에는 많은 이야기가 서려있다 했다. 산골짜기에는 호랑이와 도깨비의 이야기가, 집이 많은 골목에는 뛰노는 아이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사람은 지나온 세월의 곡선을 온 몸으로 맞는다. 도시는 빠르고 편한 삶을 위해 곡선을 직선으로 바꾸는 길을 택하지만, 사람은 직선으로 돌아갈 수 없다. 깊고 깊어진 곡선은 이내 하늘에 닿는다. 사람은 환경을 만들고 그 만들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주고받는 행위를 계속한다. 그래서 그 사람의 옆에는 그 사람과 어울리는 풍경이 그려져있다. 그 사람의 풍경을 좇는 여정. 가슴아프고 매력적인 여행을 했다. 2년 간의 여정의 기록을 하나하나 훑었다. 글 하나하나가 사진 한장한장이 먹먹하여 아득해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새벽 세시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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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없는 노트

5년 전인가 기타를 사면서 같이 받았던 싸구려 기타 스텐드가 수명을 다한 뒤로 갈 곳 없는 기타 두 대는 짐이 없는 벽 쪽에 조심스레 세워져있다. 망가진 스텐드에 일렉기타를 엉성하게 세워놓았다가, 새벽에 자는 도중 강타당한 기억이 있어서다. 통기타 역시 책상에 비스듬히 세워놓았는데, 금방 째쟁-하고 현 여섯개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정신이 번뜩. 벌써 3일이다. 스파게티를 볶고 와인을 따라마신 후,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1일의 종이 울렸다. 새해부터 눈 펑펑 쏟아지던 날. 눈과 함께 흐려진 하늘은 한강 건너편의 건물들도 보이지 않게 내 눈을 가렸고 그저 날이 밝아가는 풍경만 멍하니 앉아 구경했다. 어설프게나마 천장을 가린 천막 아래 의자에서 연기 솟아나는 얼그레이티와 함께. 날이 '밝아옴'을 구경하고 느즈막히 근도리네 집에 들어와 자고 일어나니 어느덧 네 시. 눈은 그칠 줄을 몰랐고 서울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 바로 앞에 있는 창문에 눈을 맞췄다. 눈 앞에서 눈들이 톡!하고 박혀  꼬물꼬물 사르르르 녹아내리는 풍경들. 유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는 따뜻한 곳에 있다. 얼른 전기장판으로 올라가 차가워진 몸을 다시 녹여야겠다. 꼬물꼬물. 사르르르.


2013.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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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동 40-14의 노트(서울)

새해부터 눈 펑펑 쏟아지는 날

버스에 올라타 바로 앞에 있는 창문에 눈을 맞췄다

눈 앞에서 눈들이 톡하고 박혀서

꼬물꼬물 사르르 녹아내린다

내 눈앞으로 날아올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 창문에 박혀


2013.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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