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ject

실내인간

바깥을 걸으며 피부와 마주하는 따뜻한 햇살, 늘 바쁘고 분주한 도시의 거리, 우수수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나무와 바람의 흔들림, '밥 좀 잘 챙겨서 먹으라는' 엄마의 애정어린 잔소리까지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다 변해가는 것들 중 익숙해서 당연한, 늘 곁을 맴도는, 잊을 만큼 당연한 내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이 익숙함 속에서 특별함을 맞이하는 순간을 나열해본다. 익숙함이 특별함으로 변해갈 때. 함께 사소한 순간들을 말을 하며 공감할 때. 그 속에서 새로운 이야깃거리들을 발견할 때. 나는 이 마음을 너도 느낄 수 있을까 하여 사소한 끄적임을 했다. 끄적임들이 쌓였을 때 다시 읽으며 느끼는 감정의 교차. 그리고 그때만큼 달아오르지 못하는 덤덤한 내 마음 마주하기.


난 그래서 보통의 존재가 좋았다. 화려하고 아름답기만, 보기 좋기만 한 것이 아닌. 늘 보기에 은은하여, 사소하고 정답고, 그 사소함을 함께 고민할 수 있기에 좋은 것들의 기록. 기록은 쌓이고 쌓여 단단하고 곧았던 마음들이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수그러든다며 묵묵히 이야기한다. 세월의 바람을 맞으며 깎여가는 것들은 누구도 손을 댈 수 없었던 나의 자존심이다. 젊을 적 부정했던 것들을 어쩔 수 없는 섭리로 받아들이는, 사춘기를 졸업하는 어른이 되어간다. 서서히.


이러한 이야기들이 담긴 일기가 산문집으로 묶여져 나온다고 했을때,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를 다시 들어보았다. 음악과는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너무도 음악과 잘 어울리는 책의 노란 표지. '난 사랑을 믿을 수가 없'다며 '절망엔 언젠가 끝이 있다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다'던  얼음같은 마음은 '흐르는 물처럼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댈 비로소 조금은 알게 되'었고, 그 덕분에 나의 사랑들은 '내가 손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함부로 부정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의 사랑은 '100년 동안의 진심'이었고, '오월의 향기가 아닌 시월의 그리움'이었다. '정말 사랑했던 사람하고는 영원히 못 헤어져. 누굴 만나든 무덤 위에 또 무덤을 쌓는 것뿐이지.'라며 첫 페이지가 장식된 파란 표지의 이석원의 첫 장편소설을 마주하고. 사소한 마음을 재설정한다. 마음은 어디까지 성장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