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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그 당시의 우리

갓 스물을 넘긴 듯한 앳된 얼굴의 남학생과 입은 옷에 비해 어린 얼굴을 감출 수 없는 여학생은 줄이 길게 서 있는 버스 정류장 앞 카페로 들어갔다. '너무 비싸'를 입에서 중얼거리며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아이스티> 두 잔을 주문. '차만 우려낸 거라 단 맛이 나지 않아요'라는 직원에 말에 그는 '괜찮아요'라 했고 자리에 돌아와 우린 Green Day의 신보였던 American Idiot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3분이 채 되지 않아 음료가 나왔고 자리에 앉아 빨대로 한 모금. 정말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한시간이 넘도록 이야기가 진행되어도 줄지 않는 내 음료를 본 그는 돈이 아깝다며 꾸역꾸역 맹맹한 아이스티를 두 잔 전부 마셔주었다. 그리곤 '다음엔 이거 시키지 말자'며 방긋 웃으며 카페에서 나와 줄의 맨 끝으로 가 함께 버스를 기다렸다. 집 방향은 정 반대이지만 집 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우리는 함께 버스에 탔고, 버스는 집으로 향했다.

2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역시나 똑같은 카페에 함께 들어가 난 혼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그거 쓰지 않아?'란 물음에 '나 커피 좋아해'라고 짧게 대답하고 난 홀로 집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난 그의 나이가 되어서야 <아이스티>를 먹는 방법을 알았다. 아 날씨가 숨이 막힐 정도로 덥다.


2012.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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