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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ton's apple

제일 처음으로 좋아했던 락 밴드는 그린데이였다. <American idiot> 앨범이 나올 때에 엄청나게 좋아했는데 이 앨범이 2004년에 나왔으니 올해로 딱 10년. 적어도 음악을 즐겨 찾아 들은 지가 10년이 넘어간다는 말이 된다. 10년이 지나는 시간동안 음악을 들으며 나이도 열 살 이상을 더 먹어 버렸는데 그래서 그런가 오랜 시간 동안 좋아한 뮤지션에게는 이상한 감정이 생기게 된다. 단순히 ‘이 뮤지션을 좋아해!’ 가 아닌 같이 성장한 성장기의 느낌을 공유한 그런 느낌을 품게 되는데, 뮤지션의 앨범에서는 그게 뚜렷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언니네 이발관이나 이소라 같은 뮤지션은 성장의 느낌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경우고(가사와 음악 느낌이 점점 차분해지는데 이소라는 우울의 분노가 점점 나이 먹으며 유해지며 자기 회상을 마음 편~하게 관람하는 게 최근 앨범에서 티가 난다. 물론 최근 티비를 봤는데 방송 중 우는 장면을 보면서 감정이 원래 예민한 건 어쩔 수 없구나 싶었지만) 김동률의 전람회 적 앨범을 듣고 있으면 그 당시에 유행했던 아티스트의 느낌을 따라가려고 애를 쓰는 게 들려서 가끔 들으면 웃음이 나는 경우. 내가 지금까지도 제일 좋아한다고 말하는 라디오헤드는 앨범마다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굳이 나누자면 1, 2집과 그 이후로 나누면 되나? 3집부터 앨범마다 색이 휙휙 변해버리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 변화가 너무도 놀라워서 앨범이 나올 때마다 두 손 모아 기다렸다. (<The King of Limbs> 앨범이 나왔을 때 톰 요크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좀 사운드가 기 빠지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아서 붙잡는 게 보여서 팬으로서 볼 때마다 너무 흐뭇.) 여튼 시간이 지나며 성장하는 만큼 이렇게 자랐으면 좋겠다~ 하고 어느 정도의 기대선이 생기는데 사실 나에게 넬은 그 기대를 저버린 경우. 단순히 신나고 우울하고 좋은 음악을 넬에게서 찾고 싶지 않다. 그건 다른 신인 뮤지션에게서 찾아도 되니까. 그동안 보여준 음악이 있으니 그것들을 포괄한 더 좋은 음악이 나오나 싶었는데, 다 놓아 버리고 딴 것 찾아 떠나버렸다고 해야 하나. 1단원을 배우면 1단원의 지식과 함께 2단원을 배워야 이해가 더 쉬운데 앞일 다 잊어버리고 새 단원에만 신경 쓰다가 앞 문제마저 잃어버리는 나를 보는 듯. 옛 음악 스타일을 고집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여튼 그래. 적어도 너희가 그렇게 좋아하는 라디오헤드는 자연히 음악이 좋으니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했지. 물론 음악은 청자가 좋으면 그만인 거지만 여튼 그래. 귀로 듣는 음악을 입으로 떠벌리는 것도, 이렇게 낙서로 끄적이는 것도 참 웃기는 일이지만. 여튼, 그래…. 


넬 신보가 나오고 나서 페이스북 등의 SNS에서 넬 이야기가 도배가 되어 있길래 오랜만에 넬의 인디 1집을 듣다가 갑자기 중얼거림이 생겨서 끄적여 본다. 인디 1집은 처음 들었을 때도 그리고 지금 들어도 소름이 돋는다. 한국 인디 음악 듣지도 않다가 관심 가지게 만들어 준 게 넬이었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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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질 수 없는 소유감

수집의 욕구와 소유의 욕구. 앨범 아트를 보며 음악을 상상하고 가사가 쓰여 있는 북클릿을 한장한장 넘기며 음악을 듣는 재미는 디지털 음원에 비할 것이 못 되고, 손글씨를 보며 상대방을 그려보고 편지지를 통해 편지 발신인의 센스를 느껴보는 재미는 메일에 비할 것이 못 된다. 소유감을 충족하게 해주는 수집의 욕구로 인해 씨디를 모으고 손편지를 즐기는 흔히 말하는 ‘아날로그’의 감수성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시간이 흘러도 계속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가끔은 만질 수도 없고 보이기만 하는 컴퓨터 속의 중요한 파일들이 휘리릭 날아감으로 생기는 분노감에 오묘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수집은 되지만 ‘만질 수 없는 소유감’을 들게 하는 것들의 존재에 대해서.

옛 기억들은 마치 날아가버린 컴퓨터의 파일들이 되었다. 복구는 불가능한데 흔적은 남아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복원을 하기에는 더욱 힘들기에, 옛 기억들은 그냥 이렇게 잊혀지고 마나 보다 했다. 머리의 기억으로만 이루어진 형태가 없는 그 사람은 그렇게 ‘만질 수 없는 소유감’을 들게 하는 것이 되나 했는데. 함께한 기억은 죄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버려버렸기에 이제는 흔적을 찾을 수 없으려나 했는데. 옛 메일에서 ‘만질 수 없는 소유감’의 일부분을 발견했다. 남아있는 수신자와 발신자. 그리고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는데 아직도 열리는 첨부파일의 이미지들을 보며 기억의 일부분을 우연히 살려내었다. 남아있는 손편지는 이미 다 조각내어 버렸기에, 상대방을 그리며 추억하는 재미를 메일에서나 보며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들을 저장하고 나면 ‘만질 수 있는 소유감’이 될 수 있을까… 만질 수 없기에 아름다운 사람에게. 잘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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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담을 쌓았어. 조그마한 손에 빨간 벽돌을 쥔 채. 하나하나, 그리고 차곡차곡. 한층 한층 덧대어 올라가기 시작하면 옆에서 ‘잘 쌓고 있다’며 칭찬해주는 당신이 있었어. 조그마한 아이는 칭찬에 신이 나서 더욱더 열심히 담을 쌓았지. 무릎만큼 오던 담이 어느새 가슴팍까지 차오르고 머리를 넘을 때쯤. ‘이 정도면 잘 쌓았죠?’라고 해맑게 웃으면서 뒤를 돌아보았는데, 아뿔싸. 당신이 사라진 거야. 담을 쌓느라 정신이 없어서 당신을 미처 보지 못한 걸까. 


이제 ‘잘했다’며 칭찬해줄 당신이 없어. 처음에는 너무 두려워서 그만 쌓을까 생각도 했어. 그래도 한 번 쌓은 거, 끝까지 쌓아보자 하고 도전해보기로 했어. 다시 하나하나. 내 키가 큰 만큼 높이도 높아지고, 이젠 내가 두 팔을 활짝 벌려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길어졌지. 봐주는 당신이 없었기에, 처음에는 잘못 쌓아서 무너진 벽돌에 깔려보기도 했고, 남들이 뭐 이렇게 쌓았냐며 발로 차서 우르르 무너져내리기도 했어. 내가 어디서부터 잘못했는지 생각해보기도 했고, 막막한 생각에 너무 슬퍼서 펑펑 울어보기도 했어. 그래도 꿋꿋하게 쌓다 보니까 한 명 한 명 내 옆으로 다가와서 내가 쌓은 담을 바라봐주더라고. 잘 쌓았다며 칭찬을 한 사람도 있었고, 여기에 그림을 그리면 예쁘겠다며 나와 함께 담의 계획을 도란도란 이야기할 사람을 만나보기도 했어. 


여튼, 그렇게 꽤 두터운 담을 쌓았는데, 뒤쪽 담벼락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아니 이게 누구야. 나에게 늘 칭찬해주던 당신이 아니겠어. 너무 반가운 마음에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내가 그동안 얼마나 잘 쌓아왔는지 보여주며 자랑도 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다짜고짜 나한테 소리를 지르는 거야. 이렇게 길게만 쌓아서 어떡할 거냐고. 다 부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래. 어떡하지. 나 그래도 그동안 잘해온 줄 알았는데. 당신이 없어도 잘해온 줄 알았는데. 다 부숴버리라니. 내가 그동안 쌓아온 건데 어쩜 그렇게 무심하게 말할 수가 있는 건지. 처음엔 너무 당황스러워서 나도 덩달아 화를 냈어. 갑자기 사라진 주제에. 당신이 뭘 알아. 말을 하다 보니까 화가 더 쌓이는 거야. 서로 입에 담기 힘든 말까지 섞으며 싸웠어. 


정말 긴 시간 동안 싸웠던 것 같아. 근데 계속 화를 내면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서. 한가지 제안을 했어. '내가 담의 일부분을 부술게요. 우선 여기로 넘어와 주시겠어요? 이곳의 담을 본 후에 우리 다시 이야기해보기로 해요.' 처음엔 다 부숴버리라던 당신이 잠잠해졌어. 이내 당신은 수긍했고, 난 힘들게 쌓았던 담의 일부분을 망치로 부쉈지. 우르르르르. 정말 힘들게 쌓았던 건데, 부술 때는 순식간에 먼지가 되어 흩날리는 게 참 슬픈 거 있지. 먼지를 가르며 당신이 내 쪽으로 넘어왔어. ‘나 이만큼이나 쌓았어요. 여기 서 있으면 끝이 보일락 말락 할 정도로 길어요. 여기는 이 색으로, 저기는 저 색으로 칠했어요. 여기는 누가 도와줬고, 여기 앞에는 꽃도 심어봤어요. 그래도 예쁘게 잘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이걸 다 부수라고 하면 내 마음이 얼마나 슬프겠어요.’ 말하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 왜 내 마음을 이해 못 할까 하면서. 근데 씩씩대고 내 편으로 넘어온 당신도 펑펑 우는 거야. 미안하대. 그러면서 자신의 쪽의 담벼락을 보여주는 거야. 나도 반대편으로 넘어가 보았어. 허허벌판에 오래된 돌무더기가 흩날리는 곳. 내 쪽은 참 알록달록 예쁘기도 한데. 싸늘한 바람에 가슴이 아파 나도 함께 울었어. 


우리 정말 오랜만에 만나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저 황량한 쪽을 나도 함께 채워줄 수 있을까요?


아아,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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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19일



'왜 알려줘도 자꾸 잊어버리는 거야. 넌 알려줘도 알려준 보람이 없어.'

'미안해. 나도 모르게 자꾸 잊어버리게 되네….'


발자국을 남기고 지우고. 다시 또 남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바다와 모래사장처럼 내 머리도 그러했다. 친구는 발자국이고, 내 마음은 발자국을 지우는 파도다. 철썩철썩 자꾸 파도를 치게 만드는 바람이 참 무심하기만 하다.

친구에게 내 마음도 드디어 설레이는 때가 온 것 같다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말을 하기 위해 술 세 병을 내리 마시고 '겨우' 입을 연지 462일째. 휴대폰 메뉴의 끄트머리에 디데이 어플을 깔아 놓았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가는지를 난 인식할 수 있다. 디데이의 시작 날짜는 길고 긴 고백을 했던 그 날이다. 

그날의 시간들은 50일이 100일로, 100일은 1년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1년하고도 97일이 지났고, 이제 3일만 더 지나면 1년하고도 100일을 맞을 것이다. 마침 '띵동'하는 소리와 함께 디데이 알람이 울린다. 그렇게 오늘은 어제가 되었고, 462일은 463일이 되었다.

그 '바람'같은 사람은 매일 '발자국'을 남기는 친구가 소개해준 사람이다. 재밌는 거 함께 해보자며 만났다. 알게 된 지 2년하고도 반이 지난 지금. '바람'은 함께 날아다닐 수 있는 '민들레 씨앗'을 갈망하지만, 묵묵히 찬바람만을 내뿜는다. 주변의 구름들에게 물어보니 원래 유난히도 찬 바람이란다. 내가 그 기류를 함께 탈 수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난 소리 없이 바람의 흐름을 따라다니고 싶어하는 파도일 뿐이고, 바람은 항상 해왔던 일만을 묵묵히 하고 있다.

그 묵묵한 바람과 최근에 카톡을 했다. 구름들 중 하나에 대한 이야기였다. 바람은 그 구름과는 친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바람의 '그 구름은 어떤 구름이냐'는 질문에 난 '정말 하얗고 하얀 흰 종이같이 투명한 구름'이라고 했다. 내 말의 의도를 이해한 것인지 바람은 웃으면서 더 거센 바람으로 답변에 화답했다. '자신은 어떻냐'며 바람이 반문을 해주기를 원했지만 바람은 곧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버렸다. 만약에 바람이 '나는 어때?'하며 물었다면, 난 이렇게 답했을 거다. '종이는 종이인데, 파란 종이에요. 파란색에서도 좀 짙은 색. 군청색? 짙은 남색? 네이비라고 이야기 해야 할까요? 그 빠져버릴 듯 파랗고 파란 종이에 하얗고 노란 별들을 수놓아보았으면 좋겠어요.' 오늘따라 파도가 짙다. 짙은 파도에 하얀 거품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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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호 후일담

오랜만에 버스를 탔다.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지역으로 이사를 간 이후 처음 타보는 좌석버스였다. 전철역에서 빠져나와 길고 긴 행렬에 서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버스의 왕복 거리가 멀면 멀수록 버스의 배차시간은 길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추운 겨울이 되면 어떤 방법으로 따뜻하게 버스를 기다리느냐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예를 들면, 버스를 기다리는 길고 긴 줄에 합류하기 전 버스정류장 앞 카페에 들러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두 손에 감싸고 나오는 식이다. 연기가 폴폴나는 뜨거운 커피를 두 손에 쥐면, 컵과 맞닿아 있는 손의 안쪽 부분만 따뜻하기때문에 손을 왔다갔다 부침개를 뒤집듯이 계속 뒤집어 주어야 한다. 어느새 그럴 행동을 할 날씨가 올 것이라는 바람이 옷깃의 안으로 쉼없이 파고든다.

기다리던 버스를 탔다. 버스의 안에서 내일 아침에는 날씨가 급 추워질 것이라며 따뜻하게 옷을 입으라는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마침 카톡을 함께하던 상대방에게 내일 아침이 많이 춥다니 따뜻하게 입고 나가라는 안부의 말을 했다. 그리고 답장을 보지 못한 채 종점인 수원역까지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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