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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버스를 탔다.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지역으로 이사를 간 이후 처음 타보는 좌석버스였다. 전철역에서 빠져나와 길고 긴 행렬에 서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버스의 왕복 거리가 멀면 멀수록 버스의 배차시간은 길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추운 겨울이 되면 어떤 방법으로 따뜻하게 버스를 기다리느냐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예를 들면, 버스를 기다리는 길고 긴 줄에 합류하기 전 버스정류장 앞 카페에 들러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두 손에 감싸고 나오는 식이다. 연기가 폴폴나는 뜨거운 커피를 두 손에 쥐면, 컵과 맞닿아 있는 손의 안쪽 부분만 따뜻하기때문에 손을 왔다갔다 부침개를 뒤집듯이 계속 뒤집어 주어야 한다. 어느새 그럴 행동을 할 날씨가 올 것이라는 바람이 옷깃의 안으로 쉼없이 파고든다.
기다리던 버스를 탔다. 버스의 안에서 내일 아침에는 날씨가 급 추워질 것이라며 따뜻하게 옷을 입으라는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마침 카톡을 함께하던 상대방에게 내일 아침이 많이 춥다니 따뜻하게 입고 나가라는 안부의 말을 했다. 그리고 답장을 보지 못한 채 종점인 수원역까지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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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도록 피우던 게으름을 뒤로하고 이때만큼은 항상 6시에 일어나 깨끗이 샤워를 하고 젖은 머리를 대충 둔 채 카메라를 들고 동네를 걸어다녔다 목포로 향하는 배를 타고 목포에 도착하여 서울행 차를 탄 마지막 날 끝없는 구름과 산의 능선에 맞추어 촛점이 무한대가 되어있던 눈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하더라
내년 여름 쯤 혼자 찾아가 다시 그 길을 걸어다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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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물으면 내 한 가지 소망은 평범한 회사원이 되어 다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라고 대답을 하기도 했으나 그 말은 항상 끝이 공허했고, 그래서 난 뒤늦게 내 진짜 생이 나와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 '다른 곳'에서 나는 내가 말한 것들을 전부 번복하며 꿈의 형태로 존재했다."
연애소설, 기준영,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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