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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옛 사랑은 꿈 같다

노래의 가사처럼 먼지가 되어 사라진 것 같다

기억들이 꿈이 아니었음을 알게 됐을 때는 미처 버리지 못한 물건들이 아직도 내 서랍장에 있을 때다

입을 벌리며 빨간 빛을 내뿜던 사자 열쇠고리는 지금도 빛이 켜졌다 꺼졌다 한다

천일이 조금 넘었던 시간의 기억이 빠른 속도로 지워지는 게 슬펐다

그때의 가장 강렬했었던 기억들이 빛을 잃어 간다는 게 슬펐다

그 당시의 우린 이렇게 계속 가다가 결혼하는 거 아니야? 하며 웃었고 우스갯소리로 너 대학 졸업하면 바로 결혼하자고도 이야기 했었다


시간이 참 좋은 건

좋았던 기억이든 나빴던 기억이든

그냥 추억이란 이름으로 포장할 수 있다는 거다

우린 정말 구질구질하게 이별을 맞았다

이별통보는 내가 했고 이별과 동시에 모든 연락 수단은 그가 먼저 끊었다

동호회에서 만난 사이라 함께 아는 사람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그 사람의 안부를 나에게 물었다


난 모른다

그때는 가장 소중했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지금처럼 굳이 떠오르려하지 않으면 생각도 나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젠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높았던 코와 군대에 갔었기 때문에 짧았던 머리와 볼에 흉터가 있었던 것 같다

뿔테가 꽤 잘 어울렸고 폐가 좋지 않아서 숨을 쉴 때면 숨소리가 일정하지 않았다

옆에 기대면 그 숨소리가 들리고는 했다

그저 다 추억이 됐다

눈을 감으면 필름을 말듯 휘리릭 지나가는 연기같은 기억이 됐다


나도 모르게 지금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그 사람과 엮는다

단지 나이가 동갑이고 비슷한 느낌을 풍겨서일까

일분에 수십번씩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나도 모르게 자꾸 엮으려고 한다

좋은 기억은 그저 포장에 불과한데 말이다

시간이 참 무섭다


마음을 어떻게든 전해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

할 자신도 없다

근데 그렇다고 내가 마음을 내려둘리도 없다

또 지난 일년처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을 것 같다

지난 기억들이 너무 오래되어서 너무 흩뿌려져서 어떻게 사람을 사랑했는지도 모르겠다

감정은 차오를수록 난 무감각해진다


2012.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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